월요일 아침

날이 흐린데다 어제 방을 치우느라 몸을 썼더니 영 찌뿌드드하다. 출근하기 무지 싫더라(뭐 이건 매주 마찬가지). 잠깐 커피물 끓을 동안 딴짓거리.
-10년 넘게 쓴 방 도배를 새로 하겠다며 용기를 낸 건 좋은데, 치우고 또 치웠던, 나름 간단하게 살고 있다 자신했던 내 삶에 왜이리 쓰레기들이 많은 건지.
내 쓰레기들과 함께 엄마가 처녀적부터 끌고 다니던 세계문학전집을 버렸다. 큰 책장 두 칸을 모두 차지하고 있던 애물단지. 버려도 되냐는 질문에 엄마는 한 번 흘깃, 보더니 그거 내가 참 없는 돈 모아서 샀던 책들인데. 하시고는 버려라, 선고를 내리셨다. 밖에 내놓긴 했는데 아직도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이따가 다시 들여놓을까 말까.

지난주에는 백담사에 다녀왔다. 미시령터널 지나 속초도 함께. 하룻밤 자고오는 정도로는 내 쌓인 피로가 풀리지 않지만, 그래도 잘 다녀왔지, 뿌듯해한다. 우리 동네에는 꽃이 지천이다. 저 설악산도 지금쯤 꽃들이 예쁘게 피었을 거다. 이번 비로 많이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by wintry | 2011/04/18 10:39 | 雜記 | 트랙백 | 덧글(1)
사파, 베트남-2
밤기차를 타고 깜깜한 라오까이역에 내려 미니버스를 잡아타고 한 시간동안 졸다보면 사파에 도착한다. 처음 한 명이 호텔에 내리자 뿌연 안개속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떼지어 나타나 물건 사달라고 혼을 빼놓더라. 차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잠이 홀딱 깨서는 서로를 돌아보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 언니들 사람 가려가며 붙잡는다. 오늘 신입이 누군지 정확히 알아채는 것 같고, 물건 사줄 사람인지에 대한 판단도 빠른 것 같고. 덕분에 오늘의 희생자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쯧쯧 거리며 편하게 돌아다녔다.
가까운 깟깟마을 다닐 때는 조용했는데 라오차이 마을에 갈 때는 여행객 수 만큼 사람들이 붙어 대규모의 탐방단이 되었다. 함께 길을 가며 이름도 묻고 나이도 묻고 자기들끼리 수다떨면서 우리들 품평도 하다 마을에 다다르면 저 바구니 속의 물건들을 내놓고 판다. 내게 붙었던 '송'이라는 저 깻잎머리 친구는 집에 가야되니 얼른 사라고 보챘다. 작은 수공예품 하나를 집어드니 다른 이들도 덤빈다. 껌 좀 씹던 표정으로 너 나 알아? 얘는 이름도 알고 같이 여기까지 왔쟎아, 했더니 못 들은 척 하고 내 것도 사라고 협박이다. 계속 'buy for me'를 외치며 마을 끝까지 따라오던 꼬마녀석은 같이 걷던 다른 여행객들이 물건을 사주자 뒤도 안돌아보고 신이 나서 뛰어갔다.
by wintry | 2011/02/28 22:01 | 짧은 여행 | 트랙백 | 덧글(0)
사파, 베트남
1월에 동료들과의 아주 짧은 패키지 여행이 짜여졌고, 어찌어찌해서 나는 5일 먼저 하노이에 들어갔다. 시간도 많지 않은데 뭘할까 하다 산에 가보자 싶어 사파행 투어를 신청했다.  
사파나 베트남에 대한 좋지 않은 평도 있었다. 베트남은 불친절한 나라랬고, 사파는 상업적인 마을로 바뀐데다 또 겨울이라 아무 것도 볼 게 없을 거라고 했다. 뭐, 아주 틀린 평은 아니었지만 난 이곳이 아직 덜 세련된 관광지여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직 미숙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들에 무조건 얘들은 나쁘다고 질색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몇 년 전 티벳 갔을 때도 이제 티벳은 완전히 나빠졌다고 불평하던 사람이 있었는걸. 
'그레이트'한 '뷰'는 안개에 가려졌지만 평탄한 마을 길을 걷는 동안 오랜만에 크게 숨을 쉬어보았고, 좋은 사람들 만나 즐겁게 여행했다. 사파에서 하룻밤 자고 야간기차로 왔다갔다 2박. 오랜만에 몸은 불편했지만 마음이 참 개운했던, 편안했던 시간이었다.
by wintry | 2011/02/27 21:31 | 짧은 여행 | 트랙백 | 덧글(0)
커피커피
요즘 하루에 마시는 커피 잔 수가 엄청나게 늘면서 속이 쓰리고 아프고 그렇다. 밤에 뒤굴뒤굴 구르면서 내일부터는 안 마실테야 생각하지만, 오늘 아침에도 생각없이 찐하게 한 잔 붓고 나서야 어제의 결심을 떠올렸는걸. 서랍 안에는 대체품으로 잔뜩 가져다 놓고 건드리지도 않은 온갖 종류의 몸에 좋다는 차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꼭꼭 세어본 것은 아니지만 내 포스팅의 꽤 많은 숫자가 나 커피 끊을거야 끊었어 아니 다시 마셨어 줄일거야 끊을거야의 반복임을 알고 있다. 내게 커피는 기호품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책이어서, 결국 일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은 이놈의 커피를 잘라낼 수 없겠지마는 지난해 위장병으로 좀 많이 고생을 했으니 이제 조심조심 살아봐야겠다. 일단 오늘은 더이상 마시지 말아야지. 베트남에 놀러갔다 얻어온 유명하다는 쯩웬 커피는 좀 천천히 뜯어야지. 그렇다고 누구 주긴 아깝고... 
by wintry | 2011/02/09 11:12 | 雜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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